영화 이야기

남한 산성, 겨울이 있다면 민들레 꽃이 피는 봄이 있기 마련

dachshund-dream 2018.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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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산성, 겨울이 있다면 민들레 꽃이 피는 봄이 있기 마련

김상헌 최면길이 과연 충신이었을까? 인조에게 광해를 폐하고 왕을 만들어준 충신일수도 있었겠지만 역사적으로는 명청과 균형 외교를 하려 애를 쓰지만 왕이 내린 쿠테타 세력, 그로인해 정묘, 병자 두번의 전란을 겪게 하는 전형적인 숭명 사대주의 세력들 이 사태를 이야기한 저 둘의 상황변화가 가져다준 세치 혀놀림 속에 갈팡질팡하며 버티던 인조는 결국 묻는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겠냐고 신하들은 답을 하게된다. 왕의 뜻대로 하겠으니 왕이 길을 알려달라고 그러자 인조는 장고 끝에 자신은 살고자 한다고 아주 친절히 길을 알려 준다. 그런 후에 비장한 듯 걸어가 청황제에게 머리를 아홉번 찧는다. 그러고 인조는 살았고, 덕분에 50만명의 조선인들이 청으로 끌려가게 된다. 이 당시 인구가 8백만명인걸 감안하면 현재 인구수 비율로 보자면 300만명 이상이다. 대략 현재의 충정남북도 인구수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의 무고한 조선인이 청으로 끌러갔다.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남한산성 [남한산성 ⓒ www.cjenm.com. 남한산성 포토샵 , 수정: 닥스훈트의 꿈)


1636년 청나라가 쳐들어 온다. 강화도로의 피난길이 막히자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는 글귀가 나오며, 영화는 시작되게 된다. 이어서 최명길이 얼어붙은 강 위에서 청나라 선봉대 군사들과 마주 보는 장면이 나온다. 청군은 기선제압을 위해 최명길의 바로 앞에 화살을 발사한다. 그리고 통역관의 신분을 밝히라는 말에 따라 최명길이 자신의 관직을 말하며 이것이 사신을 대하는 처사냐고 외친다.


장면이 바뀌고, 얼어붙은 강위에서 한 노인과 김상헌이 건너가고 있다. 노인은 강 근처 나루터에서 부모를 잃은 소녀와 함께 살고 있으며 강이 얼어 붙은 지리에 밝아 길잡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소녀를 뒤로한 채 노인과 함께 강을 건너는 김상헌은 노인에게 곧 청군이 들이 닭칠 것이나 남한산성으로 가지 않겠냐고 권유한다. 그 러나 노인은 청군이 자신 같은 나루터 늙은이를 죽이겠냐고 하면서, 어제 인조에게 얼음길을 알려주었는 데 좁쌀 한줌도 받지 못했다며 청군이 지나가면 길을 알려주고 곡식을 받아볼 생각이라 말하며 거절하게 된다. 이를 들은 김상헌은 자신을 돌보아줄 테니 손녀와 같이 남한산성으로 갈것을 몇번이나 더 권하지만, 끝내 노인이 거부하자 돌아가는 노인을 칼로 베어 죽이다. 죽은 노인의 모습에서 멀어지면서 남한산성 로고가 뜨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남한산성 [남한산성 ⓒ www.cjenm.com. 남한산성 포토샵 , 수정: 닥스훈트의 꿈)


먼저 남한산성으로 인조를 비롯한 조선군이 들어오는 걸 보며 대장장이 날쇠에게 동생 칠복은 성내 사람들은 대부분 도망갔다는 데 우리도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냐 하지만 날쇠는 지난 정묘년 때 이곳으로 온 뒤 이제는 살더라도 이곳에서 살고 죽더라도 이곳에서 죽는 다며 도망칠 거면 출복에게 혼자가라 하자 칠복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면서 형님이랑 계속 있을 거라고 한다. 이후 남한산성에서 인조와 신하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회의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최명길이 화친을 주장한다. 이때 갑자기 문을 열어젖히며 김상헌이 나타나서는 다 듣고 있었던 것인지 화친은 아니되다며 최명길의 목을 베라 말한다. 평상복을입은 김상헌과 수어사 이시백이 성벽 위를 순찰하던 중 날쇠의 동생을 비롯한 병졸들이 추워서 불을 지핀 것을 보고 청나라 군대가 성벽의 병사배치와 이동을 알아챌까봐 불을 끄라며 단속하는 군관을 발견한다. 이때 옆에 있던 대장장이 날쇠가 동생이 군역을 경험하지 못해 잘 몰라서 그랬다고 사죄하면서 김상헌에게 가마니라도 내어주면 눈비와 바람을 막고 바다의 한기를 막을 수 있다며 나눠달라 청하고, 좋은 생각이라 여긴 김상헌은 이를 인조에게 고하여 가마니를 나눠줄 수 있도록 조치한다. 


조선 인조 시절, 당시 중국 대륙을 호령하던 명나라는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에 의해 그 세력이 점차 쇠퇴해가던 와중이다. 청나라의 위세는 조선에 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와 임진왜란 등 수 차례의 외침으로 인해 국력에 있어 이미 바닥이 드러날 때로 드러난 조선을 또 다시 위태롭게 하고 있었다. 결국 청나라의 대규모 공습으로, 급작스레 조정을 남한 산성으로 옮기는, 최악의 수모를 경험하게 되는 조선이다.

조정과 임금의 몸은 우여곡절 끝에 남한산성으로 도피하긴 했으나 청나라 군대에 의해 완전히 포외 된 상황, 이들은 군사적인 위세를 앞세워 명과의 관계를 끊고 자신들에게 복종할 것을 조정에 강요해온다.


이렇듯 청나라의 위헙이 갈수록 커져가자 조정의 신하들은 청나라를 공격하고 명과의 신의를 지키는 대의 명분을 따라야 한다는 '척화파' 주변 여건 및 조선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여 청나라와의 호해를 절대로 깨뜨려서는 안된다는 '주화로' 첨예하게 갈린다. 척화파의 선봉에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의 대척점인 주화파에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이정점에 위치해 있었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남한산성 [남한산성 ⓒ www.cjenm.com. 남한산성 포토샵 , 수정: 닥스훈트의 꿈)


청나라의 공격은 점점 집요해지고 있었다.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속에서도 남한 산성을 지켜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한 조정의 군인들은 차츰 다가오는 청나라 군대의 위세에 기가 눌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시시가각 다가오는 청나라의 실체, 백척간두의 위협 속에서 척화파와 주화파의 대립을 나날이 날카로워졌갔고, 임금인 인조(박해일)의 판단과 결과 역시 그에 비례해 갈수록 어려움을 격게 되고 있었다.


이 작품의 원작은 김훈의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 '남한산성' 으로 알려져 있다. 청나라의 공격의 공격에 쫓겨가다시피한 남한산성이라는 고립된 공간에 갇히게 되는 조정,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인조는 척화파와 주화파의 사이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오랜 기간 신의를 지켜온 명나라와의 관계를 저버리고 오랑캐와 화친하느니 차라리 청나라에 맞서 죽음을 불사하는 등 결사항전에 나서 대의명분을 지켜야 한다는 척화파의 주장은 비록 명분은 살리되 또 다시 백성들을 전쟁의 참화와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자칫 나라마저 빼앗기게 하는 등 다소 무모한 주장이 아닐수 없었다. 

반면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오로지 신의를 지키기 위한 명분 하나 때문에 전쟁을 치르자는 척화파의 주장을 일축하고, 청과 화친을 맺어 어떻게 하든 나라를 보존하고 백성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주화파의 목소리다. 물론 주화파의 주장 대로 조선의 임금이 치욕을 당하는 대가로 청과 화친을 이루고 나라를 살릴 수 있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으나 이미 전쟁의 참화 속으로 백성들이 내던져진 채 그로 인한 고통을 겪은 뒤라는 현실은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남한산성 [남한산성 ⓒ www.cjenm.com. 남한산성 포토샵 , 수정: 닥스훈트의 꿈)



영화는 척화파와 주화파로 상징되는 두 인물 김상헌과 최명길의 주장을 첨예하게 대립시키면서 어느 한 쪽으로의 치우침이나 가치판단 없이 시종일관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며, 집요하고 묵직하게 역사적 사실들을 스크린 위에 풀어놓으려 애를 쓴다. 배우 김윤석과 이병헌이 펼치는 열연은 이번 작품에 한껏 무게감을 실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며, 척화파 주화파 등 진영과 관계없이 오로지 싸우라는 명령만을 따른다는 수어청의 이시백(박희순)은 무관이 자녀야 할 덕목이란 어떤 성질의 것이어야 하는 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청나라에 쫓기며,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게 된 뒤에도 척화파 주화파 사이에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며 고뇌에 빠져드는 비운의 인조 역할은 배우 박해일이 담당했다. 조선의 노비로 태어났으나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자 청나라의 통역관이 되어 더욱 악랄하게 조정을 괴롭히는 배역인 조우진의 연기도 눈에 들어온다.


파벌로 갈라져 전쟁을 일삼는 등 국론이 불열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익보다는 오로지 나라를 생각하는 충신과 갖은 모략을 앞세워 입신양명만을 쫏는 간신의 모습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므로써 현실에서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점은 매우 인상이 깊다.


한편 인근 근왕병의 주둔지에서는 격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리 전시라지만 천한 대장장이에게 국서를 맡겼다는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무관들은 진언하지만 도원수는 날인된 국새를 보고 인조의 격서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무관들은 남한산성은 견고한 성이니 홀로 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청나라의 군대를 두려워 해 진을 뒤로 물리는 것을 권한다. 설령 봉화를 올리더라도 청군에게 노출되어 집중 공격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워 하여 공격을 망설이며 왕명을 거역하여 전쟁 이후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을 고민한다. 


도원수와 장수들의 결론은 격서를 받은 적이 없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무관이 몰래 침소에 들어와 단도로 날쇠를 죽이려고 이불에 단도를 찔러 넣었으나 이불 안에 있었던 것은 짚더미였고, 뒤에 숨어 있던 날쇠는 '나는 벼슬아치들을 믿지 않소'라고 말하며성을 떠날 때부터 챙겼던 낫으로 군관을 제압하고 달아난다. 같은 시간, 김상헌은 어두운 금화산의 봉화대를 바라보며 봉화를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오히려 근왕병들은 청군과 맞서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포위를 뚫고 격서를 전달한 구국의 영웅인 날쇠만 엄하게 죽이려 들고 있었다. 추적 도중 앞뒤로 포위당한 날쇠가 얼어붙은 폭포를 조선낫을 피켈처럼 찍어 올라 도망가는 걸 알아차리지만, 군관이 활로 날쇠를 겨냥하는 순간 폭포 위의 청군의 공격을 받고, 쏟아지는 화살에 추격하던 근왕병은 날쇠를 포기하고 도망친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남한산성 [남한산성 ⓒ www.cjenm.com. 남한산성 포토샵 , 수정: 닥스훈트의 꿈)


한편 인조는 최명길과 독대하여 후대에 역적으로 남아도 괜찮겠냐고 묻고, 최명길은 자신이 감당할 일이라고 말하며 김상헌만한 충신이 없으니 후일 궁으로 돌아가더라도 내치지 말아달라고 한다. 이에 인조 역시 경도 나의 충신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김상헌과 최명길 모두 우국충정의 길에 서있음을 보여준다. 도망치는 근왕병들을 청군이 추격하면서 근왕군의 본진은 초토화된다. 남한산성 성벽의 김상헌은 봉화대를 보며 봉화가 피어오르고 근왕군이 진격해오는 상상을 했지만 결국 봉화가 오르지 않아 일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희망을 버린다. 저항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바로 다음 장면에 초토화된 조선군 진영을 걷는 날쇠의 모습 뒤로 까마귀가 시체의 눈을 파먹는다.


모든 방해를 무릎쓰고 마침내 최명길이 청군 진영으로 출발한다. 그 시각 성벽 위의 칠복은 김상헌에게 받은 돼지기름을 동상 부위에 바르며 형이 근왕병들을 이끌고 와서 난국을 돌파할 것이라며 주변 병졸들과 잡담을 한다. 나이 먹은 병졸이 정말 그렇게 되면 자신의 딸을 날쇠 동생과 혼인시켜 주겠다고 하자, 칠복은 딸이 이쁘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말하려는 순간, 병졸이 기대어 있던 성벽이 청군의 포격으로 순식간에 무너지며 즉사하고 정월 대보름으로 예고한 청군의 공격이 시작된다. 무너진 성벽 사이로 청군이 쳐들어오고, 이시백을 필두로 한 조선군과 청군의 백병전이 벌어진다. 조선군은 조총을 쏘며 응전하지만 청군의 압도적인 힘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전투에서 군역 경험이 없었던 칠복은 가까스로 동료를 죽이려는 청군 한 명을 쓰러뜨리지만 곧바로 청군의 창을 맞고 전사한다.


포격으로 인조가 있는 행궁을 비롯해 성 안이 파괴되고 김상헌은 집안으로 들어가 겁에 질린 나루를 안아 보호한다. 대포 소리에 다급하게 말을 달려 겨우 청의 본진에 도착한 최명길은 항서를 칸에게 바치며 항복을 청하고, 이에 칸은 공격을 멈춘다. 때맞춰 남한산성으로 돌아온 날쇠는 동생의 시신을 보며 오열한다.


김상헌은 나루를 날쇠에게 맡기고, 최명길은 임금의 곤룡포가 아닌 신하의 남색옷을 입고 항복의 예를 하러 가는[31] 인조의 말고삐를 잡고 성문 앞까지 향한다. 항복하러 가는 인조 행렬을 보며 나루가 날쇠에게 왜 사람들이 우냐고 묻고, 날쇠는 임금이 궁궐로 돌아가는게 좋아서 우는 거라고 답해준다. 청나라의 요구로 남문이 아닌 서문으로 나가려는 인조에게 최명길은 성문 밖에서부터는 말을 탈 수가 없다 간언하였고 이에 인조는 하마하여 문 밖으로 나가는 그 뒤를 신하들이 따르고 한쪽 팔을 다친 이시백을 비롯한 병졸들과 장수들은 모두 절을 한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남한산성 [남한산성 ⓒ www.cjenm.com. 남한산성 포토샵 , 수정: 닥스훈트의 꿈)


인조는 청 태종에게 삼궤구고두례를 바치고 그런 인조를 보는 최명길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그 시각 김상헌은 인조가 있는 삼전도를 향해 절을 올린뒤 나루의 할아버지를 죽였던 바로 그 칼로 자결한다.

굴욕의 항복식이 끝나고 그 때의 복장 그대로인 인조와 신하들이 한양 궁궐로 돌아온다. 폐허가 된 궁은 어지러웠다. 인조와 신하 행렬이 창덕궁으로 들어가는 와중에 최명길이 뒤돌아 관객들을 응시하다가 궁궐 문이 닫힌다. 이 다음으로 병자호란이 개전 47일 만에 끝났으며 50만 명의 조선인이 청에 끌려갔다는 글귀가 나온다.

다음해 봄이 되어 민들레꽃이 핀 마을. 언제 전쟁이 났냐는 듯 평화롭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나루가 날쇠가 대장간 일하는 걸 쪼그려 앉아 구경하다가 친구와 연을 날리러 뛰어가는 모습으로 영화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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