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리틀 포레스트: 배추를 튀겨 먹어보고 싶다.

dachshund-dream 2018.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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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스터 영화사 수박

리틀 포레스트: 배추를 튀겨 먹어보고 싶다.

꿈인 교사가 되고 싶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온갖아르바이트로 지쳐버린 혜원은 이번에도 또 시험에서 낙방하게 된다. 혜원은 함께 시험을 치른 남자친구의 합격 소식에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열락을 피하게 되고, 더욱 자신감을 잃어간다. 그리고 짐을 싸서 다시 돌아온 고향 잠시 쉬었다갈려고 지친 도시생활을 잠시 접고 찾아온 시골 집이었다. 

배추전 관련해서 사실 경북지역의 음식이라 보단 겨울에 남아 있는 식재료가 없어 조금 남아있는 밀가루로 수제비를 만들어 먹고, 밖에 널려있는 얼어 붙은 배추로 밀가루를 조금 뭍혀서 배추전을 해먹고 이게 경북지역에서 많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사진캡쳐=영화 네이버:movie.naver.com 

지쳐버린 도시 생활에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 그래도 다행히 어릴 적에 함께 자란 동네 친구들은 몇은 이곳에서 아직 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지역의 단위 농협에서 은행캐서로 일하고 있는 은숙이 오랜만에 보는 혜원을 가장 많이 반겼다. 은숙은 혜원과 마찬가지로 자신에 쳐해진 현실이 고달팠고 왜냐 작은 시골마을에 단위 농협 점포에서 일하는 자신이 괜히 지켜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로 가고 싶다고 항상 말을 한다. 이렇듯 은숙은 조금 더 멋진 삶을 꿈꾸어 보지만 현실 

언제나 꼰대 같은 상사 아래서 잔소리를 들어가며, 커피를 나르고 창구에서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농학을 공부하고 일찍감치 내려온 귀촌청년, 농부의 꿈을 꾸고 밭을 일구고 있는 재하는 혜원에게는 든든한 친구 였다. 당연히 은숙에게도 마찬가지로 혜원은 직접 심고 가꾸며 수확한 제철 식재료를 이용하여 어릴적 엄마에게 보고 들으며 익힌 요리법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끼니를 해결하거나 때로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사진캡쳐=구글 google.com 

아무래도 이 영화는 일본의 인기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의 원작이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원작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리메이크 한건지 의문이 들었는데. 임순례 감독님이 말이 원작을 먼저 본것은 아니라고 한다. 제보자를 제작한 제작사의 대표가 40대 중반의 남자 분인데, 사실 이 영화의 내용이 40대 중반의 한국 남자가 좋아할만한 내용은 아니였였고. 그런데 그분이 이걸 하려고 인연이 되었는지, 제보자 때문에가 아니고 다른 여성 상황들에 의해 힘들었던 상황에서 동명의 원작 만화를 보고 굉장히 힐링한것에 영감을 받고 그렇게 제안을 받아서 고민하다가 하겠다고 결정한 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당시 한국영화가 점점 비대해지고 100억, 200억이 들어갈 정도의 블록버스터 제작으로 예산이 늘다 보니까 뭔가 이야기가 계속 누군가를 죽이고 잔인하고 폭력적인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고 자극적인 요소를 넣지 않고 뭔가 자극적이지 않는 그리고 영화를 보는 동안 평화로운 느낌만 받게 하는 잔잔하고 커다란 사건이 없는, 작은 영화지만 관객들이 보고 좋아할 수있는 영화, 그런 다른 종류의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이렇게 좋은 배우를 만나서 리틀 포레스트가 탄생했다고 말을 했다.

사진캡쳐=구글 google.com 

동명의 원작 만화가 2개의 계절을 한편으로 묶어서 두 편으로 나뉘어 있어, 처음에는 많은 고민을 했다고 알려진다. 그런데 1, 2편으로 나누어 개봉을 하면 1편은 어떻게든 볼수 있겠지만 이게 워낙에 자극적이지 않는 영화이다 보니 구지 2편을까지 챙겨 볼까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100분 정도 되는 러닝타임에 사계절을 담다 보니 연출의 입장에서는 되게 아쉬운 점도 많고 호흡도 조금 더길게 나눠주고 싶었고 많은 것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두 편은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건 포기했다고 한다.

영화캡쳐= 리틀포레스트

촬영에 개. '오구'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성견 오구와 새끼 견 오구를 동시에 캐스팅해서 새끼 견 오구는 정말 작을 때부터 겨울, 봄, 여름까지를 , 성견 오구는 가을과 겨울을 찍었는데, 사실 연기를 하는 개들은 리트리버라든지 말티즈라든지 그런 훈련시키기 좋은 견종들로 한정되어 있었다. 진돗개는 훈련시키기 좋은 견종이 아니라서 연기에 필요한 동작이나 이런 것들을 엄청 신경 써서 촬영했다고 한다. 그래서 배우 김태리 와 오구가 한 프레임에 있을 때 오구의 연기를 잡기 힘드니까 배우 김태리의 연기가 좋지 않아도 오구의 연기가 좋으면 다 오케이를 했다고 한다. 오구 오케이면 오케이 이런식으로 배우 김태리가 옆에서 나는요? 나는요? 나는요?해도 오구 위주로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촬영장에 오구가 계속 있었다. 어디 안가고 계속 같이 생활하고 아침에도 같이 일어나고 계속 현장에 있었는 데, 모든 영화촬영 스패프들이 그 오구를 많이 좋아했다고 한다.

임순례 감독님은 혜원과 혜원의 엄마가 만들어내는 음식과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힐링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제철 음식재료로 만들어낸 맛있는 음식은 그 맛깔스러운 것만으로도 눈과 미각이 즐거워진다. 요리 할때마다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영상과 섞일 때마다 공감각적인 잔상을 블러일으키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4개절을 골고룸 담아낸, CG가 전혀 없는 말그대로, 무공해 영상 그자체로 우리에게 편안한 쉼을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보면 혜원이는 아직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정리 되지 않은 상태이고 재하도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썸을 타다가 이루어지는 건 사실 영화의 큰 줄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관객들에게 그 여지는 남기고 싶었다. 관객들이 볼때 나중에 혜원이 재하가 잘되지 않을 까 하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 시골 마을에서 만약 혜원이가 쭉 살게 된다면, 남자도 없고 여자도 딱히 없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잘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캡쳐= 리틀포레스트

다슬기를 잡고 하늘을 올려보는 장면이 왠지 내가 바로 보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그리고 이 처럼 세 친구들이 모이고, 음식을 함꼐 먹는 장면이 굉장히 여러번 나왔는데 함꼐 먹는 음식 보다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부각 된 느낌을 받았다.

혜원이 직접 담근 막걸리를 친구들과 나눠 마시면서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고, 한밤중에는 개울에서 다슬기를 잡다가 또 다시 어울려 술을 마시거나 어릴적 즐겨했을 법한 장난에 빠져드는 모습은 비록 영화에서 있는 허구인 것이지만 그들의 일상자체가 부러움으로 상상하게 만들었다. 아름답고 편안한 영상이지만 이 영화는 사실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일상에 찌든 마음을 자극 적이지 않고 영상과 이야기를 통해 잠시 동안만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따로있다. 다름 아닌 혜원은 성장 배경과 과정인데, 혜원의 엄마는 그녀가 성인이 됨과 동시에 아무런 말도 없이 집을 나가게 된다. 그렇게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된다. 혜원은 그런 엄마가 야속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집에 내려온 뒤로 사계절을 몸소 겪으면서 엄마의 부재가 비로소 헤어려지기 시작한다. 엄마는 어린 혜원에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일찍 지혜를 심어준 것이다. 요리 레시피로 묘사된 바로 그 지혜 말이다. 

영화캡쳐= 리틀포레스트

혜원의 엄마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길래 이렇게 영화에 드러나 있지 않지만 아마도 추측했을 때 혜원이 엄마는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요리 쪽에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남편의 요양을 위해 시골로 내려오면서 일을 그만 뒀지만 요리 도구들을 그대로 가지고 오기도 했고 뭐 그런 식으로 인물의 특징을 잡았던것이 아닌가 했다.

혜원은 엄마로부터 배운 지식을 활용하면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엄마보다 한 걸음 앞서기 위해 자기 자신과의 혹독한 싸움을 벌이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시간이 흐르면서 혜원은 비로소 홀로서기가 가능해진다. 만에 하나 엄마가 혜원의 곁에서 그녀가 하는 일에 대해 꼬치꼬치 참견을 하고 도움을 주었다면 혜원의 지금과 같은 건강한 홀로서기는 애초에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이는 현재 살아가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간에도 통영되는 이야기다. 진정한 어른이라면 청년들에게 노력이 부족하다고 독촉하기 보다는 곁에서 조금 떨어져 그저 바라보며 그들 스스로 해, 낼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는게 바람직한것 같다.

그래서 삶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이 세상은 왠지 우리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꾸만 정답을 요구하는 것 같다. 어른들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이라며 훈수를 두기 일쑤지만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생각도 다르듯이 가치관 또한 저마다 모두 다를 텐데, 왜 이 사회가 요구하는 삶의 방식은 한결 같기만 하는 건지. 이 영화는 이런 기성세대의 생각과 삶의 가치관에 반기를 든다. 하지만 각자 느끼는 행복의 기준이 다를 뿐 내가 느끼는 행복의 영역을 찾아 가는게 힐링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잠시나마 행복을 느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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